남을 돕고 사랑하는일 “ 행복의 길”
요즈음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우려할 정도로 높아
걱정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한강에 투신한 여고생이 낚시꾼의 신고로 구조되기도 하였고,
학교 폭력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얼마 전엔 일진회라는 전국적 폭력조직의 존재가 폭로되어
전 국민을 경악케 하였습니다.
또 최근엔 한 병사가 사소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료 소대원 8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느니
인성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느니 하면서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학부모들은 같은 반에 장애 학생이 들어오거나
동네 근처에 장애인 보호시설이나
치매 병원이 들어설라치면 극구 반대를 하고 나섭니다.
수년전 어느 교사로부터 같은 반에 장애 학생이 한명만 있어도
따로 인성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다음 이야기는
그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해주고도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대구시 달서구의 대건 중학교에서는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사랑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한
다.
교실 맨 앞줄 출입문 옆에서 진우 군이 휠체어에 앉아 있다.
그는 뇌성마미(1급)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걷기는커녕 일어설 힘도 없는 상태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책장을 겨우 넘기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정도다.
반 친구들은 처음엔 그의 어눌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와 잘 어울리지도 못했지만
이젠 진우는 학급에서 인기 “짱”이다.
언제나 밝게 웃는 표정의 진우가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1교시 수업이 끝날 때마다 미끄러져 내린
진우의 자세를 바로잡아주기 위하여 친구들 몇 명이서
진우를 들어서 다시 앉혀 주어야 한다.
손을 못 쓰는 진우를 대신해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이 돌아가며 대신 필기해 준다.
미술·음악 등 특별활동 시간에는
지하나 2층으로 교실이 바뀌는데,
그때마다 친구 셋이 한조가 돼
진우가 앉은 휠체어를 번쩍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초등학교 친구 김준창군은 진우를 도와야 한다며
같은 중학교에 배정해 달라고 요청해 같은 반이 됐다.
하지만 진우가 이 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장애아 시설도 없고, 교육경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진우의 부모는
“정상아들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몇 번이나
호소했다.
변종대 교장은 가톨릭 재단 학교로서
건학이념을 실천하자며 마침내 교사들을 설득했다.
입학을 앞두고 교장은 진우 등 중증 장애아 셋을 위해
3층에 있던 1학년 교실을 1층으로 재배치했다.
화장실도 두칸을 헐어 큼지막하게 하나로 만들었다.
주요 출입문은 나무문 대신 유리문으로 바꿨다.
장애아들을 수시로 지켜보기 위해서다.
변교장은 진우가 입학하면서
교내 인사말을 ‘안녕하십니까?’에서 ‘사랑합니다!’로 바꿨
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장애아들을 아끼고
서로 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진우가 같이 매일 등·하교하는 어머니 이경연씨는
“진우는 학교 가는 걸 행복해 한다”며
“편견 없는 친구들에게 늘 고맙고
한편으론 짐을 떠넘긴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변 교장은 “진우가 들어온 뒤로
우리 학교는 인성교육이 필요 없게 됐다”며
“진우의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
다.
진우는 최근 담임교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우리 반 그대로 2학년 올라가면 안돼요?”라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머리 한쪽이 푹 꺼지고
목은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여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코에는 음식 투여용 튜브를 꽂은 채
가족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산책길에 나서는 환자를 보았습니다.
재활 병실에는 먹고 배설하는 것은 물론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누워 계십니다.
저는 이 환자분들을 보면서
건강한 몸을 가진 제가 부딪히는 어려움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은 일로 실망하고 짜증을 부렸던 게 부끄러워집니다.
그분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함에 죄송한 마음이 듭니
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계십니다.
중증 장애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등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그분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행복한 미소가 얼굴 가득합니다.
대구의 대건 중학교 진우네 반 아이들 또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의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은
따로 필요치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남원의료원장 김정회
위 글은 남원시장애인복지관 닭뫼 소식지에
실린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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